예금 금리가 내려가면 많은 투자자가 자연스럽게 채권을 떠올린다. 그런데 막상 채권 상품을 보면 국채, 회사채, AA등급, BBB-, 하이일드, 정크본드 같은 용어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겉으로 보이는 숫자는 “수익률 ○%”뿐이라서, 결국 “제일 높은 것?”을 고르고 싶은 유혹이 강해진다.
하지만 채권 시장은 구조적으로 계층화되어 있다. 가장 아래층에는 사실상의 무위험 자산에 가까운 국채가 있고, 그 위에 우량 회사채(투자등급 회사채), 그보다 위에 하이일드(투자부적격) 채권이 층을 이루고 있다. 이 계층 사이의 간격을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신용스프레드(credit spread)**다.
신용스프레드는 “이 채권이 국채보다 얼마나 더 위험한가, 그래서 얼마의 보상을 더 요구하는가”를 한 줄 숫자로 보여준다. 이 숫자는 개별 채권의 위험도뿐 아니라, 전체 금융시장의 긴장 수준과 경기 전망까지 반영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갑자기 크게 벌어지면 경기 둔화·침체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국채·회사채·하이일드채를 단순히 “금리가 높은지 낮은지”로 보는 대신, 신용스프레드라는 안경을 쓰고 보면 채권 시장의 구조와 자금 흐름이 훨씬 또렷하게 보인다. 마치 “모든 커피가 똑같은 카페인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처럼, 같은 채권이라도 위험·수익·역할이 다르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이 글에서는
까지 단계적으로 정리한다. “국채 vs 회사채 vs 하이일드채”라는 복잡한 표를 보더라도 기본 구조를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그릴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한다.
1. 국채: 채권 세계의 기준점
국채는 중앙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발행 주체가 화폐를 발행하고 과세권을 가진 정부이기 때문에, 선진국 국채는 통상 무위험 수익률(risk-free rate)의 근사치로 사용된다. 신용평가사들은 대개 최상위 등급(AAA 등급)을 부여하며, 다른 채권의 위험을 평가할 때 국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삼는다.
실제 시장 분석에서는 다음과 같이 쓰인다.
이 수치는 기본 이자율 + 기간 프리미엄(장단기 금리 차) 정도를 반영하며, 여기에 각종 위험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회사채, 하이일드채 수익률이 된다.
2. 회사채: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
회사채는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이다. 동일 만기의 국채 대비 기본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회사채는 신용등급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투자등급(Investment Grade)
하이일드(High Yield) 또는 투기등급(Junk)
국내·해외 채권 펀드 상품 설명서에서 “해외 하이일드채권 펀드”라고 표기하는 경우, 보통 국제 신용등급 기준 BBB- 미만 채권들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어 있다.
3. 하이일드채: 높은 수익률과 높은 디폴트 위험
하이일드채는 이름 그대로 “높은 수익률(high yield)”을 제공하지만, 이는 곧 높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의 반대급부이다.
하이일드채 수익률은 일반적으로
국채 수익률 +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 + 추가 위험 프리미엄
의 형태를 갖는다. 그래서 국채·투자등급·하이일드 순으로 수익률이 계단처럼 올라가는 것이 정상적인 구조다.
1. 신용등급 스케일
주요 신용평가사(S&P, Moody’s, Fitch)는 다음과 같은 등급 스케일을 사용한다.
여기서 투자등급과 하이일드의 경계는 BBB-/Baa3에서 갈린다. 이 한 단계 차이로 해당 채권이
가 달라진다.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회사채 지수에서 상당수 종목이 투자등급 중에서도 BBB 영역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이는 “등급 하나만 떨어지면 하이일드로 추락하는” 경계선 기업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2. ‘국채 < 투자등급 < 하이일드’ 구조의 예외
원칙적으로는 국채 수익률 < 투자등급 회사채 < 하이일드채 순으로 금리가 높아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특정 국가의 국채보다, 우량 다국적 기업 회사채가 더 낮은 수익률을 보이는 경우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일부 프랑스 우량 회사채가 동일 만기 프랑스 국채보다 낮은 수익률을 보인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즉 “국채라서 무조건 가장 안전하다”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각국 재정 상태와 발행 주체의 실질 신용도를 함께 보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1. 정의와 기본 개념
채권에서 말하는 **신용스프레드(credit spread)**는
비슷한 만기이지만 신용도가 다른 두 채권의 수익률 차이
를 의미한다. 보통
을 사용하여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를 계산한다.
예를 들어,
이면, 이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4.0% − 3.0% = 1.0%p = 100bp
이다.
2. 하이일드 스프레드
특히 **하이일드 스프레드(high-yield spread)**는
하이일드 회사채(정크본드) 수익률 − 동일 만기 국채 수익률
을 의미한다.
이면,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5%포인트, 즉 500bp다.
대표적으로 ICE BofA US High Yield Index Option-Adjusted Spread(OAS)가 미국 하이일드 스프레드 지표로 널리 사용된다. 이 값은 FRED(세인트루이스 연준 데이터베이스)에서 “BAMLH0A0HYM2” 코드로 확인할 수 있다.
3. 옵션조정스프레드(OAS)
조기상환 옵션, 콜옵션 등이 붙은 채권은 단순 수익률 비교만으로는 공정하지 않다. 이때 사용하는 개념이 **옵션조정스프레드(OAS)**다.
하는 방식이다. ICE BofA의 투자등급·하이일드 지수 스프레드도 OAS 기준으로 산출된다.
1. 수익률 = 무위험 수익률 + 각종 프리미엄
채권 수익률은 개념적으로 다음과 같이 쪼갤 수 있다.
회사채 수익률 ≈ 국채 수익률 + 기간 프리미엄 + 신용스프레드 + 유동성 프리미엄 등
이 중 국채 vs 회사채 vs 하이일드를 구분하는 핵심이 신용스프레드다.
2. 일반적인 스프레드 수준의 감각
역사적 데이터를 단순화하여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미국 시장 기준, 대략적 범위).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IG spread)
하이일드 스프레드(HY spread)
예를 들어 2020년 코로나 쇼크 당시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1% 수준에서 4% 수준까지 급등했고, 하이일드는 같은 기간 4%에서 11% 근처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 숫자만 보더라도,
1. 스프레드 축소: 위험 선호(risk-on) 국면
국채와 회사채 스프레드가 역사적 평균보다 낮을 때는 보통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몇 년간 여러 시점에서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가 수십 년 내 최저 수준까지 내려간 사례가 있다. 이때는
“국채 대비 추가 수익은 적지만, 그래도 국채보다는 나으니 산다”
라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너무 낮은 스프레드는
를 시사할 수 있다.
2. 스프레드 확대: 위험 회피(risk-off)·경기 둔화 신호
반대로 투자등급·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될 때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의심하게 된다.
특히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경기·금융위기의 대표적인 선행지표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된다.
다만
등이 스프레드 움직임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단일 지표로 단정하는 접근은 위험하다. 스프레드는 “시장 심리와 위험 프리미엄의 방향”을 읽는 나침반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1. 팬데믹 위기 vs 최근 국면의 대조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20년 초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단기간에 급등했다. 이후 연준의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과 유동성 공급으로 스프레드는 다시 1%대, 5~6%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 2025년 들어 나타나는 특징
2025년 들어서는 여러 시점에서 상반된 현상이 관찰된다.
이러한 혼재된 모습은
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채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요약하면, 2020년대의 신용스프레드는
“한 번 크게 벌어졌다가, 중앙은행·정책 효과로 다시 좁혀진 뒤,
구조적 저스프레드와 간헐적 위기 신호가 공존하는 구간”
으로 이해할 수 있다.
1. ‘수익률만 보지 않는다’는 최소 원칙
채권형 펀드, ETF, 개별 채권 상품을 비교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분배금, 분기 배당 수익률, 만기 수익률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단계를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채권(펀드)의 주 대상이
최근 국채 수익률과의 스프레드가
하이일드 비중이 높다면
이 과정을 거치면 단순히 “8% 주는 펀드니까 좋다”가 아니라
“현재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역사적 평균 대비 많이 눌려 있는데, 그 위험 대비 수익이 괜찮은지”
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2. 스프레드를 ‘경기 체온계’로 보는 습관
주식시장 지수, 환율, 금리와 마찬가지로 하이일드 스프레드 차트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도 유용하다.
물론 스프레드만 보고 매매를 결정하기보다는
등과 함께 체크리스트의 한 항목으로 사용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1. 원화·달러 채권의 환위험
국내 투자자는
를 동시에 접하게 된다. 이때는 신용스프레드뿐 아니라 환율 변동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2. 국내 신용등급과 국제 신용등급의 차이
국내 신용평가와 국제 신용평가 사이에는 등급 기준 차이가 존재한다. 해외 하이일드 펀드 설명서에서 “BBB- 미만”이라는 문구가 나올 때, 국내 등급으로 환산하면 3~8 노치 정도 차이가 나는 경우도 보고된다.
따라서
까지 함께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채·회사채·하이일드채는 단순히 발행 주체만 다른 세 가지 상품이 아니다.
로, 채권 시장의 수직적 계층 구조를 형성한다.
이 계층 사이의 간격을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 신용스프레드다. 신용스프레드를 통해 투자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다.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되고 투자등급 스프레드까지 동반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대체로 레버리지 축소·자산배분 보수화가 필요한 시그널로 해석된다. 반대로 스프레드가 역사적 저점에 가까워지면, 단기 수익은 좋을 수 있어도 장기 기대수익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
요약하면,
이 세 가지 원칙만 정리해도, 뉴스에서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 “투자등급 스프레드가 역사적 저점이다”라는 문장을 만났을 때,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나의 포트폴리오 전략과 연결된 시그널로 읽어낼 수 있다.